제247호

20%를 잘랐는데 매출은 22% 늘고 있었어요

이번 실적 시즌의 이익 상당수가 감원으로 만들어졌어요. 몇 명을 줄였는지보다 어디를 잘랐는지가 그 회사가 무엇을 포기했는지 알려줘요.

비즈니스20%를 잘랐는데 매출은 22% 늘고 있었어요

먼데이닷컴은 가장 좋은 분기에 다섯 명 중 한 명을 내보냈어요

먼데이닷컴의 2026년 2분기 매출은 3억 6,46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어요. 비GAAP 기준 분기 영업이익은 회사 역사상 최대였고요. 그리고 7월, 전체 인력의 약 20%를 줄였어요. 연간 1억 달러 규모의 비용이 빠지는 감축이었어요.

보통 이런 발표가 나오면 이익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가 붙어요. 그런데 시장은 반대로 움직였어요. 먼데이닷컴 주가는 2026년 들어 약 51% 내려가 9월 초 90달러선에서 거래됐어요. 1년 전 최고가는 220달러였어요.

시장이 본 건 감축 규모가 아니라 감축 위치였어요. 잘린 자리는 영업 할당량이 없는 직군, 그중에서도 소규모 고객과 셀프서브 채널을 담당하던 조직에 몰렸어요. 엔터프라이즈 영업과 제품 조직은 남겼고요. 한 회사가 어느 조직을 남기고 어느 조직을 지웠는지는 다음 분기 계획서보다 정확한 신호예요. 실제로 회사가 제시한 3분기 성장률 전망은 16~17%로, 방금 기록한 22%보다 낮았어요.

같은 감원인데 시장은 정반대로 읽었어요

체그도 비용을 줄였어요. 2026년 2분기 비GAAP1 영업비용은 3,230만 달러로 1년 만에 거의 절반이 됐어요. 덕분에 매출이 50.7% 빠진 분기에도 905만 달러의 조정 EBITDA2를 냈어요. 감원 규모는 더 컸어요. 2025년 5월 248명, 10월에 남은 인력의 45%인 388명을 내보냈어요. 주가는 1달러대고, 시가총액은 4월 말 기준 약 1억 2,500만 달러였어요.

워크데이도 인원을 줄였어요. 직원 수는 1월 말 21,070명에서 7월 말 20,896명이 됐고, 비GAAP 영업이익률 전망은 30%에서 31%로 올라갔어요. 아닐 부스리 대표는 다음 회계연도 인원을 최대한 동결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세 회사가 똑같이 사람을 줄였는데, 감원이 놓인 자리가 달라요. 체그의 감원 뒤에는 매출 -51%가 있고, 워크데이 뒤에는 여전히 12~13% 성장 전망이 있어요. 앞의 감원은 줄어드는 매출에 몸을 맞추는 작업이고, 뒤의 감원은 아직 늘고 있는 매출에 이익률을 얹는 작업이에요. 숫자만 보면 둘 다 비용 절감이지만 뜻이 반대예요.

엔씨를 살린 건 감원이 아니라 신작이었어요

국내 사례를 보면 이 차이가 더 선명해져요.

엔씨는 2024년에 상장 이후 첫 연간 영업손실 1,092억 원을 냈어요. 그리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어요. 5,000명에 가깝던 본사 인력은 2025년 2월 3,100명이 됐어요. 800~90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1,000여 명이 분사한 자회사로 옮겨갔어요.

이익이 폭발한 건 2026년 2분기예요. 매출 7,70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영업이익 1,739억 원으로 1,053%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23%였어요. 감원이 끝난 시점과 이익이 나온 시점 사이에 1년 반이 있어요.

그 사이를 채운 건 신작이에요. 2분기 PC 게임 매출 3,438억 원 가운데 리니지 클래식 하나가 1,855억 원이었어요. 고정비를 줄여둔 게 이익률을 키운 건 맞지만, 매출을 두 배로 만든 건 감원이 아니었어요.

감원은 이익을 만들 수 있어도 매출은 만들지 못해요. 비용을 줄이면 같은 매출에서 더 많은 이익이 남지만, 그건 매출이 유지될 때 성립하는 계산이에요. 체그처럼 매출 자체가 무너지고 있으면 절감액은 이익이 아니라 생존 시간으로 쓰여요.

한국 금융권은 세 번째 유형에 들어가고 있어요

국내에서 지금 가장 큰 규모로 사람을 줄이는 곳은 은행이에요. 2026년 6월 보도 기준으로 5대 은행 희망퇴직 인원은 2,47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어요. 국내 영업점은 3,749개로 1년 사이 94개가 줄었고, 2020년 말 4,425개와 비교하면 감소 폭이 더 커요. 희망퇴직 대상 연령도 40대까지 내려왔어요.

여기에 AI가 붙어요. KB금융은 그룹 주요 59개 업무 영역에 300여 개의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인력 감축이 통폐합되는 영업점 창구와 단순 사무직에 몰렸다면, 자산관리·여신심사·기획 같은 본사 전문 직군까지 범위가 넓어질 거라는 전망이 함께 나와요.

이건 먼데이닷컴과 같은 유형이에요. 규모보다 위치가 신호예요. 창구를 줄이는 감원과 본사 심사 조직을 줄이는 감원은 회사가 포기하는 대상이 달라요. 앞은 채널을 접는 것이고, 뒤는 판단하는 일 자체를 기계에 넘기겠다는 결정이에요.

한 가지 더 짚을 게 있어요. 최근 흑자 전환을 발표한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대부분 비용 항목이 섞여 있어요. 원티드랩은 2026년 2분기 매출 117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32% 늘며 흑자로 돌아섰는데, 보도는 그 원인을 채용 시장 회복과 AI 교육 성장과 비용 구조 개선의 합작으로 정리했어요. 크몽의 2025년 연결 영업이익 38억 원 흑자 전환도 B2B 성장과 경영 효율화가 함께 작용한 결과예요. 그런데 이 소식들이 전해질 때는 대개 AI 전환의 성과라는 한 줄로 요약돼요.

실적 발표를 읽을 때 확인할 세 가지

이번 사례들을 정리하면 감원 발표에서 확인할 항목이 세 개로 좁혀져요.

첫째, 감원 이후 매출 전망이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 보세요. 먼데이닷컴은 22% 성장을 기록한 직후 다음 분기 전망을 16~17%로 낮췄어요. 비용을 줄이면서 매출 계획도 같이 낮췄다면, 그건 효율화가 아니라 사업 일부를 정리하는 중이라는 뜻이에요.

둘째, 어느 직군을 잘랐고 어느 직군을 남겼는지 보세요. 남긴 쪽이 회사가 가겠다고 정한 방향이에요. 먼데이닷컴은 엔터프라이즈를 남겼고, 은행은 본사보다 창구를 먼저 줄였어요.

셋째, 절감액이 어디로 갔는지 보세요. 먼데이닷컴은 1억 달러의 상당 부분을 AI와 제품에 다시 쓰겠다고 했고, 워크데이는 이익률로 돌렸고, 체그는 현금을 남기는 데 썼어요. 같은 절감액인데 회사가 다음에 무엇을 하려는지가 여기서 갈려요.

layoff반대 방향도 있어요. 듀오링고는 2026년 2분기 매출이 18.3% 늘었는데 주당순이익은 0.91달러에서 0.66달러로 줄었어요. 사용자 확보에 일부러 더 쓴 결과예요. 시장은 이 선택도 벌했지만, 적어도 그 회사가 무엇을 하려는지는 숫자에 드러나 있어요.

오스왈드의 시선

이번 실적 시즌의 이익이 대부분 인원 감축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에서 이 글이 시작됐어요. 확인해보니 대체로 맞았어요. 다만 그게 곧 나쁜 신호라는 뜻은 아니었고, 감원 여부보다 감원의 위치가 훨씬 많은 걸 말해줬어요.

컨설팅에서 조직 설계를 다룰 때 제가 가장 신뢰하는 자료도 조직도의 남은 부분이에요. 회사가 무엇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문서는 많지만, 무엇을 안 하기로 했는지 적어두는 문서는 없어요. 그건 사라진 팀의 자리에만 남아요. 먼데이닷컴이 소규모 고객 조직을 지우고 엔터프라이즈 조직을 남겼을 때, 회사는 전략 발표 없이 전략을 발표한 셈이에요.

그래서 감원 뉴스를 읽을 때 저는 몇 명인지를 먼저 보지 않아요. 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던 사람들이었는지를 봐요.

한국 기업들이 지금 쓰는 문장이 신경 쓰이는 이유도 여기 있어요. AI 도입으로 효율화했다는 설명은 감원의 원인과 결과를 한 번에 정리해주지만, 실제로는 원인이 다른 경우가 많아요. 먼데이닷컴의 감원은 AI가 일을 대신해서가 아니라 소규모 고객 사업이 안 되고 있어서 나왔어요. 원인을 AI로 적어두면 그 사업을 왜 잃었는지는 검토되지 않고 넘어가요.

한 가지는 남겨둘게요. 지금까지 나온 사례는 전부 감원 직후 한두 분기 안의 반응이에요. 워크데이처럼 인원을 동결한 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체그가 남긴 현금이 다른 사업을 만들어낼지도 열려 있어요.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방향뿐이에요.

마치며

정리하면 감원은 이익률을 바꾸지만 매출의 방향은 바꾸지 못해요. 그 방향은 회사가 무엇을 남겼는지에 이미 적혀 있고, 대개 보도자료보다 조직 개편 공지가 먼저 말해줘요. 다음 실적 발표에서 감원 소식을 보시면 인원 숫자 옆에 매출 전망과 남은 조직을 같이 놓아보시면 좋겠어요.

구독자님이 계신 조직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없어진 팀이 하나쯤 있을 거예요. 그 팀이 하던 일이 지금 누구에게도 안 가 있다면, 회사는 그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거예요.


💬 최근 다니시는 회사나 업계에서 없어진 팀이나 직무가 있었나요. 그 일이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댓글로 알려주세요.

📨 조직 개편이나 인력 계획을 짜고 계신 분이 주변에 있다면 이 글을 보내주세요. 규모보다 위치를 먼저 정하는 게 순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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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 (오스왈드)은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INLEVEL9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경력, 연구, 저서와 최신 활동은 저자 소개에서 계속 갱신합니다. 최근 소식 · 2026년 8월: 2026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 용어 설명

각주

  1. 비GAAP(non-GAAP): 주식 보상비, 인수 관련 상각처럼 현금이 오가지 않거나 일회성인 항목을 빼고 계산한 실적이에요. 회사가 정하는 기준이라 회사마다 범위가 달라요.

  2. 조정 EBITDA: 이자·세금·감가상각을 빼기 전 이익에서 일회성 항목을 다시 조정한 값이에요. 영업 현금 흐름에 가깝게 보이지만 순이익과는 다르고, 감원 같은 비용 절감의 효과가 가장 빨리 드러나는 지표이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