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제223호

성실함보다 성실해 보이기가 중요해졌어요

달성률 92%를 찍은 팀이 의심받아요

성실함보다 성실해 보이기가 중요해졌어요

들어가며

구독자님,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 Insightful 홈페이지에는 이런 고객 후기가 걸려 있어요. 도입 초기에는 생산성이 70%대 후반이었는데 지금은 92%까지 올랐고, 직원들이 먼저 찾아와 오늘 자기 점수가 어땠는지 물어본다는 내용이에요. 일이 게임처럼 됐다는 표현까지 붙어 있어요.

그런데 같은 회사 CEO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목표로 삼는 구간은 하루 근무 시간의 60~80%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그 기사가 직장인에게 준 조언은 이거예요. 활동률을 인위적으로 올릴 거면 조심하라고, 90%를 찍으면 오히려 의심받는다고요.

숫자 세 개가 어긋나 있어요. 자랑용 92%, 정상 구간 60~80%, 조작 의심선 90%.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측정 시스템이 자기가 만들어낸 연기를 성과로 되읽고 있어요.


92%는 성과일까요, 연기일까요

먼저 이 숫자가 무엇을 세는지부터 봐야 해요. 가동률1은 근무 시간 중 업무로 분류된 활동이 차지하는 비율이에요. 여기서 ‘업무로 분류된’이 전부예요. 실제로 무엇을 만들어냈는지가 아니라, 관리자가 미리 지정해둔 앱과 사이트에 커서가 머물렀는지를 세는 거예요.

그러니 이 숫자를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예요. 일을 더 하거나, 일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월스트리트저널이 정리한 대응 요령은 흥미롭게도 전부 후자에 가까워요. 캘린더를 꼼꼼히 채우라는 조언이 첫 번째예요. 전화를 걸거나 대면 회의에 들어가면 메신저 상태가 자리 비움으로 바뀌는데, 모니터링 도구는 그 시간에 일정이 잡혀 있는지를 교차 확인해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하거든요. 일정에 아무것도 없으면 농땡이로 읽혀요. 마우스 지글러2는 소프트웨어보다 물리 장치를 쓰라는 조언도 있어요. 보안 시스템이 소프트웨어형은 차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이 요령들의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어느 것도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이 아니에요. 전부 기계에게 잘 읽히는 방법이에요.

이 시장이 얼마나 커졌는지도 짚어둘게요. Insightful은 자사 자료에서 주요 기업의 80% 가까이가 직원 모니터링을 도입했다고 주장하고, 5,100개 이상의 팀이 자사 제품을 쓴다고 밝히고 있어요. 제품 소개 문구도 흥미로워요. 감시나 키스트로크 기록 없이도 완전한 관찰이 가능하다고 내세우면서, 동시에 앱과 웹사이트 사용 내역, 유휴 시간, 그리고 AI 도입 현황과 승인되지 않은 AI 사용까지 파악해준다고 설명해요. 감시라는 단어만 빠져 있지, 세는 항목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셈이에요.

이런 게임은 사실 오래됐어요. 1980년대 초 로저 와그너라는 개발자가 만든 ‘보스 버튼’이 시초로 꼽혀요. 상사가 다가오면 단축키 한 번으로 화면을 스프레드시트로 바꿔주는 기능이었죠. 정작 와그너 본인은 그게 농담이었다고 말해요. 게으른 직원을 감싸주려던 게 아니라, 지나치게 들여다보는 관리자를 향한 논평이었다는 거예요. 40년이 지나 그 농담은 생존 기술이 됐어요.

메타가 세어본 건 토큰이었어요

여기까지는 눈치 게임 수준이에요. 문제는 이 숫자가 고용을 결정하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이에요.

지난 7월 13일, 전현직 직원 26명이 오클랜드 연방법원에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냈어요. 5월에 발표된 약 8,000명, 전체 인력의 10% 규모 감원이 배경이에요. 소장은 회사가 ‘내부 인공지능 시스템의 성좌’를 동원했다고 표현하면서, 키스트로크와 활동 모니터링 데이터, 알고리즘이 보조한 성과 순위, 그리고 AI 토큰3 사용량 대시보드가 대상자 선정에 쓰였다고 주장해요. 메타는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한다는 입장이에요.

소장에서 제가 가장 오래 들여다본 문장은 따로 있어요. 이 점수와 등급들은 설계상 보호 휴직 중인 직원이나 장애로 산출이 줄어든 직원은 축적할 수 없다는 대목이에요. 원고 26명은 모두 의료·출산·가족 휴직을 썼거나 장애에 따른 편의 제공을 요청한 사람들이에요. 임시 접근금지 신청은 7월 17일 기각됐고, 가처분 심리가 어제 8월 24일 열렸어요.

이 사건에서 중요한 건 승패가 아니에요. 회사가 사람을 줄일 때 AI 사용량을 지표로 삼았다는 사실 자체예요.

배경도 함께 봐야 이해가 돼요. 로이터는 2026년 4월, 메타가 AI 학습 목적으로 직원들의 키스트로크와 마우스 움직임, 클릭을 기록해왔다고 보도했어요. 이 프로그램은 유럽 프라이버시 규정에 저촉될 소지가 있고, 시스템이 수집한 대화와 기록에 다른 직원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중단됐다고 전해졌어요. 감원 발표는 그 다음 달이었어요. 관찰용으로 쌓인 데이터가 얼마나 빠르게 다른 용도로 흘러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타임라인이에요.

그리고 노동자 쪽 데이터가 이 지표의 성격을 말해줘요.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Visier의 미국 노동자 1,000명 조사에서, 48%가 자신의 AI 사용량을 부풀린 적이 있다고 답했어요. 조직 안에서 뒤처져 보이지 않으려는 행동이라는 게 연구자의 해석이에요.

두 사실을 겹쳐볼게요. 회사는 AI 사용량을 세고, 직원 절반은 그 숫자를 부풀리고, 회사는 부풀려진 숫자로 순위를 매기고, 그 순위가 명단이 돼요. 부풀릴 여력이 없는 사람은 아래로 밀려요. 출산 휴직 중이라 아예 로그인을 안 한 사람이 대표적이에요.

여기에 반전이 하나 더 있어요. 요즘은 기업들이 토큰 비용을 들여다보기 시작해서, 많이 쓰는 것도 낭비로 읽혀요. 정답 구간이 좁아지고 계속 움직이는 거예요. 지난 7월 호에서 저는 AI 결과물을 검증하는 데 드는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검증세라고 불렀는데요. 이번에는 검증이 아니라 연기에 드는 시간이 청구되고 있어요.

한국은 이미 조문을 갖고 있어요

미국은 주에 따라 모니터링 사실을 알릴 의무조차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사정이 좀 달라요.

개인정보 보호법 제37조의2가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정보주체의 권리를 규정하고 있어요. 조문은 네 갈래예요.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의 결정이 권리나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면 그 결정을 거부할 수 있고(1항), 결정에 대해 설명을 요구할 수 있고(2항), 요구가 있으면 사업자는 인적 개입에 의한 재처리 같은 조치를 해야 하며(3항), 자동화된 결정의 기준과 절차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해요(4항).

여기에 함정이 있어요. 1항의 거부권에는 단서가 붙어요. 동의를 받았거나, 법령상 의무이거나, 계약 이행에 필요한 경우에는 거부할 수 없어요. 근로계약 이행이라는 논리로 이 예외에 걸릴 여지가 충분해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석현 변호사는 현행 개인정보 법제의 맹점이 ‘동의’를 모든 감시를 정당화하는 만능열쇠로 상정한 데 있다고 지적해요. 노사 간 권력 불균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다만 조문을 끝까지 읽으면 남는 게 있어요. 2항의 설명 요구권과 4항의 공개 의무에는 그 단서가 없어요. 거부는 막힐 수 있어도, 어떤 기준으로 채점됐는지 묻고 회사가 그 기준을 공개하게 만드는 건 별개 문제라는 뜻이에요. 제가 보기에 이 두 조항은 국내에서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어요.

극장질문의 형태로 바꿔보면 이래요. 내 근무 데이터 중 평가에 반영되는 항목이 무엇인지, 그 항목에 가중치가 어떻게 붙는지, 그리고 휴직이나 병가 기간에 그 계산이 멈추는지. 회사가 자동화된 판단을 쓰고 있다면 이 세 가지는 공개 대상에 들어가요.

현장이 조용한 것도 아니에요. 직장갑질119가 2025년 10월에 낸 전자 노동감시 실태 보고서를 보면, PC 화면을 초 단위로 캡처해 영상처럼 재생하는 기업용 솔루션이 이미 팔리고 있어요. 국내 사업장에서 수집되는 항목도 이 보고서에 정리돼 있는데요. 업무 중 인터넷 사용 기록, 메신저와 이메일 기록, CCTV 영상, GPS 기반 위치, 개인 소셜미디어 활동, 그리고 PC 전원과 마우스·키보드 활동 감지 내역까지 포함돼요. 이번 소송에서 문제가 된 항목들과 거의 그대로 겹쳐요. 권고사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CCTV로 확인한 동선을 들이밀거나, 신고한 직원의 업무용 PC에서 개인 메신저 대화를 복원해 문제 삼은 사례도 담겨 있어요. 참고로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에요. 실제 분쟁 상황이라면 전문가 상담이 먼저예요.


오스왈드의 시선

GTM 전략을 짜면서 대시보드 KPI를 여러 번 설계해봤는데, 지표는 늘 같은 순서로 늙어요. 처음에는 관찰용이에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려고 만들어요. 다음은 보고용이 돼요. 임원에게 보여주는 슬라이드에 올라가죠. 마지막이 평가용이에요.

관찰용일 때 정확했던 숫자가 평가용이 되는 순간 반드시 좋아져요. 그런데 현실은 그대로예요. 굿하트의 법칙4이 말하는 게 정확히 이거예요.

그래서 저는 92%라는 수치를 성공 사례로 못 봐요. 저 숫자가 나왔다면 축하할 게 아니라 점검을 시작해야 할 신호라고 봐요. 벤더 스스로 정상 구간을 60~80%라고 말했으니까요.

특히 AI 사용량은 지표로서 최악에 가까워요. 결과가 아니라 투입이고, 위조 비용이 사실상 0이고, 심지어 지금은 많이 쓰면 낭비라는 반대 신호까지 붙었어요. 이런 지표를 사람의 고용에 연결하는 건 설계 실패예요.

감시 도구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병목을 찾는 데는 쓸모가 있어요. 다만 측정과 평가 사이에는 사람의 판단이 반드시 한 겹 들어가야 해요.


마치며

정리하면 이래요.

첫째, 가동률과 AI 사용량은 결과가 아니라 행동의 흔적이에요. 평가에 연결되는 순간 흔적을 만드는 기술이 실력을 대신해요. 둘째, 메타 소송이 드러낸 건 그 흔적이 이미 고용 결정에 쓰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축적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이 구조적으로 불리해진다는 점이에요. 셋째, 한국 근로자에게는 설명과 기준 공개를 요구할 통로가 이미 열려 있어요. 쓰지 않고 있을 뿐이에요.

관리자라면 오늘 대시보드를 열고 질문 하나만 해보시면 좋겠어요. 이 숫자를 올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일을 잘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인가요.

혹시 지금 회사에서 어떤 숫자로 평가받고 계신가요. 그 숫자를 지키려고 실제 성과와 상관없는 행동을 해본 적이 있다면, 어떤 행동이었는지 댓글로 들려주세요. 사례가 모이면 다음 호에서 지표별로 정리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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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Cordilia James, “How to Outsmart AI When It’s Tracking Your Workday”, The Wall Street Journal, 2026. ··· 이번 호의 출발점이에요. 감시 도구 제작자와 그 도구를 우회하는 사람 양쪽을 동시에 취재한 게 이 기사의 강점이에요.
  • Sanders et al. v. Meta Platforms, Inc.,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오클랜드), 2026년 7월 13일 제소. ··· 71쪽 소장 중 AI 점수의 축적 불가능성을 다룬 대목이 핵심이에요. 결과와 별개로 자동화 평가의 구조적 맹점을 잘 정리해둔 문서예요.
  • 「개인정보 보호법」 제37조의2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정보주체의 권리 등), 국가법령정보센터. ··· 1항의 단서와 2·4항의 차이를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해요. 조문 한 번 읽는 데 3분이면 충분해요.

배경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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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 (오스왈드)은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INLEVEL9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경력, 연구, 저서와 최신 활동은 저자 소개에서 계속 갱신합니다. 최근 소식 · 2026년 8월: 2026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

📝 용어 설명


각주

  1. 가동률 (utilization rate): 근무 시간 중 업무용으로 분류된 활동이 차지하는 비율이에요. 무엇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어디에 시간을 썼는지를 세는 지표라, 산출물과는 다른 개념이에요.

  2. 마우스 지글러 (mouse jiggler): 마우스 커서를 자동으로 움직여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소프트웨어나 USB 장치예요. 자리 비움 상태로 전환되는 걸 막는 용도로 쓰여요.

  3. 토큰 (token): AI 모델이 글을 처리하는 최소 단위예요. 사용량과 비용을 재는 기준이라, 토큰을 얼마나 썼는지가 곧 AI를 얼마나 썼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로 통해요.

  4. 굿하트의 법칙 (Goodhart’s Law): 어떤 측정값이 목표가 되는 순간, 그 측정값은 좋은 측정값이기를 그만둔다는 원리예요. 영국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의 통화정책 논평에서 출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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