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안 뺏긴대요, 그 대신 면접에선 코드를 묻고요
사라지는 건 일자리가 아니라 예전의 입장 기준이에요.
비즈니스마케터를 뽑으면서 “뭘 만들어봤냐”고 묻는 회사
앤드루 응은 지난 8월 28일 한 팟캐스트에서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이야기를 정면으로 반박했어요. 경제학자들이 직무를 과업 단위로 쪼개 분석해 보면 AI가 할 수 있는 건 30~40% 수준이고, 사람이 남겨 쥔 60%가 오히려 더 비싸진다는 게 그의 논리였죠.
그런데 같은 대화의 뒷부분에서 그는 자기 회사 채용 기준을 이렇게 설명했어요. “All of my marketers know how to code.” 마케터를 면접할 때 무엇을 만들어봤는지 묻고, 만든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그게 문제가 된다고요.
이어진 사례는 더 구체적이에요. 마케팅팀의 한 명은 글을 쓸 주제를 정할 때 웹을 훑어 관련 자료를 찾아주는 맥용 데스크톱 앱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어요. 재무팀에서는 임원 한 명이 팀원들이 매주 몇 시간씩 문서를 열고 숫자를 옮겨 적는 걸 보고, 파일을 자동으로 열어 내용을 확인하고 이상한 값을 알려주는 스크립트를 짰고요. 채용팀에는 아예 엔지니어가 앉아 있어요.
두 이야기를 나란히 놓으면 어색해요. 일자리는 안 없어진다면서, 마케터에게 소프트웨어를 요구하니까요. 하지만 이건 모순이 아니에요. 직무는 그대로 남아 있어요. 다시 쓰인 건 그 자리에 들어가는 입장권이죠.
응이 근거로 든 숫자부터 따라가 볼게요
응은 자기 주장의 증거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채용 공고를 들었어요. 파멸론자들 말과 달리 공고 수가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고요. 확인해 봤어요.
Indeed Hiring Lab의 8월 자료를 보면, 2026년 8월 14일 기준 전체 공고 지수는 팬데믹 직전 수준을 살짝 웃도는 101.8인데 소프트웨어 개발 직군은 74.4로 그 아래에 한참 머물러 있어요1. 100이 2020년 2월이니까, 이 직군만 4분의 1 넘게 빠져 있는 상태예요.
그런데 응의 말도 틀리지 않았어요. 같은 기관의 7월 분석을 보면 2025년 2월 클로드 코드가 나온 시점을 100으로 잡았을 때 소프트웨어 개발 공고는 약 15% 올랐고, 같은 기간 전체 공고는 7% 떨어졌어요. 다만 출발점이 워낙 낮아서, 반등한 뒤에도 팬데믹 이전 대비 27.5% 아래에 있죠.
같은 데이터베이스에서 “늘고 있다”와 “4분의 1이 사라졌다”가 동시에 나와요. 차이를 만든 건 해석이 아니라 기준선이에요. 1년 반을 기준으로 잡으면 회복이고, 6년 반을 기준으로 잡으면 붕괴예요. 응은 앞쪽을 골랐고, 그가 비판한 쪽은 뒤쪽을 골라요.
한국에서는 눈금이 더 크게 흔들려요
한국 숫자는 미국보다 훨씬 격해요. 중앙일보가 지난 6월 정리한 자료를 보면, 채용 플랫폼 캐치 기준으로 2026년 3월 IT·통신 분야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신입 공고가 1년 전보다 73% 줄었어요.
이 73%도 기준선의 산물이라는 점은 짚고 가야 해요. 특정 한 달을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한 값이라, 공채 일정이 한 해만 밀려도 크게 흔들리거든요. 방금 응을 검증한 잣대를 여기에도 똑같이 대야 공정하죠.
다만 옆에 놓인 숫자들이 방향을 확인해 줘요. 네이버는 3년 연속 진행하던 상반기 신입 공채를 올해 열지 않았어요. 무신사가 4년 만에 연 주니어 개발자 공채에는 2,000여 명이 지원해 66명이 뽑혔고요. 각 사 ESG 보고서상 신규 채용 규모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네이버가 599명에서 231명, 258명으로, 카카오가 870명에서 452명, 314명으로 내려왔어요.
대학 쪽 지표도 같은 곳을 가리켜요. 2023년과 2025년 컴퓨터공학과 취업률을 비교하면 서울대가 83.8%에서 72.6%로, 한양대가 81.4%에서 70.3%로, 카이스트가 77.9%에서 69.8%로 떨어졌어요. 대학원 진학자와 입대자를 뺀 집계예요.
여기서 같이 봐야 할 게 근속 연수예요. 같은 기간 네이버의 평균 근속은 6.9년에서 7.7년으로, 카카오는 5년에서 6년 3개월로 늘었어요. 일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사람도 같이 빠져나가는데, 지금은 안에 있는 사람이 더 오래 남아 있죠. 없어진 건 일이 아니라 문이에요.
기업 쪽 응답을 보면 이 그림이 더 선명해져요. 원티드랩이 국내 기업 153곳의 인사 담당자에게 물어 지난해 12월 내놓은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4.5%가 2026년 채용 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리겠다고 답했거든요. 채용을 접겠다는 회사가 다수인 게 아니에요. 대신 같은 조사에서 인재상의 조건으로 직무 전문 역량이 64.7%, AI와 데이터 활용 역량이 24.2%로 꼽혔어요. 규모는 유지하는데 뽑는 기준은 옮겨가는 상태인 거고요.
줄어든 건 직군이고, 늘어난 건 요건이에요
가장 결정적인 숫자는 원티드랩 쪽에 있어요. 2025년 1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원티드에 올라온 공고 72,793건을 분석했더니, 2026년 들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줄어든 직군 6개 가운데 5개가 개발자였어요.
같은 분석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지표가 있어요. 공고에 등장한 ‘AI 네이티브’라는 표현은 8배, ‘피지컬 AI’는 5배로 늘었어요. 각 표현이 전체 공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전년과 비교한 결과예요.
한쪽에서는 자리가 줄고, 다른 쪽에서는 그 자리에 요구되는 조건이 새로 쓰이고 있어요. 원티드랩에서 AI 부문을 맡고 있는 정기수 부문장은 신입에게 적응 삼아 맡기던 수준의 단순 업무와 코딩은 이미 AI가 가져갔다고 설명해요. 응이 미국에서 “우리 마케터는 전원 코딩한다”고 말한 것과, 한국 공고에서 ‘AI 네이티브’가 8배로 늘어난 건 같은 사건의 앞뒤예요.
응은 이 변화를 직무 범위의 확장으로 설명해요. 프런트엔드와 백엔드로 나뉘어 있던 개발자가 풀스택으로 합쳐졌듯이, 캠페인 조율만 하던 마케터가 기획부터 실행까지 한 사이클을 통째로 맡게 되고, 채용 담당자도 끝에서 끝까지 가게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필요한 건 AI 활용법 하나가 아니에요. 넓어진 범위를 감당할 직무 지식이 같이 붙어야 해요.
저도 요즘은 코딩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전략 문서만 쓰던 자리에서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이 늘었다는 뜻이고, 이게 개인 취향이 아니라 시장이 바뀐 결과라는 걸 위 숫자들이 보여줘요.
공포를 파는 쪽과 낙관을 파는 쪽
응이 이 인터뷰를 시작한 지점으로 돌아가 볼게요. 그는 AI를 둘러싼 잘못된 정보의 뿌리를 PR과 규제 포획2으로 지목했어요. 수십억 달러를 들여 모델을 훈련한 회사 입장에서는, 누군가 비슷한 모델을 만들어 전 세계에 무료로 풀어버리는 상황이 곤란하다는 거죠. 그래서 공포를 키워 규제를 끌어오면 기존 사업자에게 유리한 운동장이 만들어지고, 오픈 웨이트3 진영은 발이 묶여요.
이 지적 자체는 정확해요. 인센티브 구조가 실제로 그렇게 생겼거든요.
그런데 같은 잣대를 반대편에도 대봐야 해요. 응은 이 인터뷰에서 AI 모델이 학습에는 최악이라고 말했어요. 학생들이 AI를 쓰면 과제 점수는 오르는데 나중에 남는 게 훨씬 적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바로 다음 질문에서 자기가 만든 새 회사를 소개해요.
코세라는 지난 7월 28일 응이 창업하고 대표를 맡은 LearnVector에 1억 달러를 투자했어요. 완전희석 기준으로 약 3분의 1 지분이에요4. 첫 제품은 2027년 초로 예정돼 있고, 응은 여전히 코세라 이사회 의장이에요.
“지금 방식의 AI 학습은 최악”이라는 문장은, 새 학습 회사가 자기 시장을 정의하는 문장이기도 해요. 응이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 아니에요. 데이터는 실제로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까요. 다만 공포를 파는 쪽에 인센티브가 있다면, 낙관을 파는 쪽에도 인센티브가 있다는 것뿐이에요. 어느 쪽도 사심 없는 관찰자가 아니거든요.
같은 인터뷰에서 그가 대학생과 신입에게 준 조언을 다시 보면 이 구조가 눈에 들어와요. 대학 커리큘럼이 변화를 못 따라가니 온라인에서 최신 기술을 따로 배우라는 이야기였고, 예시로 든 곳은 코세라와 딥러닝닷에이아이, 유데미였어요. 셋 중 둘은 그가 만든 조직이고, 코세라와 유데미는 지난 5월 합병으로 한 회사가 됐어요. 조언 자체는 타당해요. 다만 조언과 사업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는 그 사실을 알고 듣는 편이 낫죠.
그래서 이 글이 남기고 싶은 건 결론이 아니라 읽는 방법이에요. 앞으로 AI와 일자리에 관한 숫자를 만나면 세 가지만 확인해 보세요. 첫째, 기준일이 언제인가. 1년 전인가 6년 전인가에 따라 같은 지수가 회복도 되고 붕괴도 돼요. 둘째, 분모가 무엇인가. 공고 수인가, 비중인가, 채용 인원인가. 셋째, 이 말을 하는 사람이 무엇을 팔고 있는가. 모델일 수도, 규제일 수도, 강의일 수도, 공포 자체일 수도 있어요.
오스왈드의 시선
한국에서 이 이야기가 더 불편한 이유가 있어요. 요건은 이미 바뀌었는데, 그 요건을 판정하는 방식은 아직 예전 기준선 위에 있거든요.
서류에서 학교와 학과를 보고, 자격증과 인턴 개월 수를 세는 관행은 ‘무엇을 만들어봤는가’를 잡아내지 못해요. 반대로 지원자 쪽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듣지만, 무엇을 얼마나 만들면 되는지에 대한 합의된 눈금이 없죠. 미국에서는 응 같은 사람이 직접 면접 기준을 공개해서 눈금 역할을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 자리가 대체로 비어 있어요.
그 빈자리를 지금 채우고 있는 게 포트폴리오 컨설팅과 공포 마케팅이에요. 기준이 흐릿할수록 파는 쪽이 유리해지거든요. 채용하는 쪽이 원하는 산출물을 구체적으로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이 시장의 상당 부분이 정리될 텐데, 아직은 ‘학벌 대신 실력’이라는 구호 단계에 머물러 있죠. 제발 여기에 돈 쓰지 말고… 소고기를 사드시는 걸 추천드려요.
마치며
정리는 상황별로 해볼게요.
지금 일하고 계신 분이라면, 자기 직무에서 남이 만들어주기를 기다리던 도구 하나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게 가장 빠른 검증이에요. 응의 재무팀이 한 일도 대단한 게 아니라 매주 반복하던 문서 확인을 자동화한 것뿐이었어요.
채용하는 쪽이라면, 공고에 ‘AI 활용 능력’이라고 적는 대신 무엇을 만들어 온 사람을 원하는지 적어야 해요. 그 한 줄이 없으면 지원자는 예전 기준선에 맞춰 준비해서 올 수밖에 없어요.
숫자를 읽는 쪽이라면, 기준일과 분모와 화자의 판매물, 이 세 가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대부분의 과장을 걸러낼 수 있어요. 공포 쪽 숫자든 낙관 쪽 숫자든 같은 잣대를 대면 돼요. 오늘 본 74.4와 15%처럼, 대개는 둘 다 사실인데 기준선만 다른 경우가 많거든요.
구독자님, 결국 이번 변화의 핵심은 일자리의 개수가 아니라 입장권의 문구예요.
💬 지금 계신 조직의 채용 공고를 다시 읽어보면, 3년 전 공고와 달라진 문장이 있나요? 어떤 표현이 새로 들어왔는지 댓글로 알려주세요.
📨 요즘 채용 공고를 쓰고 있거나, 이직 준비 중인 동료가 있다면 이 글을 넘겨주세요. 기준선 세 가지만 확인해도 준비 방향이 달라져요.
오늘 얻은 관점, 다음 이슈에서도 이어가세요.
쏟아지는 소식 사이에서 오래 남는 한 편을 골라 격일로 보내드립니다.
이메일 확인 후 구독이 완료돼요.
이미 구독 중이신가요? 로그인하고 댓글 남기기
SEND A COFFEE
이 관점이 좋았다면, 다음 글에 커피 한 잔
오스왈드에게 커피와 함께 짧은 쪽지를 보내주세요. 응원은 다음 취재와 집필에 보탭니다.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The Singju Post, “Andrew Ng: The Biggest Opportunities in AI Aren’t Where You Think”, 2026년 8월 31일. ··· 8월 28일 방송분 전문이에요. 마케터 채용 기준은 22분 20초 구간에 있어요.
- Indeed Hiring Lab, “US Labor Market Snapshot — August 2026”, 2026년 8월 24일. ··· 소프트웨어 개발 지수 74.4가 여기 나와요. 매달 갱신되니 인용 전에 최신 값을 확인하시는 게 좋아요.
- Indeed Hiring Lab, “AI and Job Postings: From Destruction to Creation?”, 2026년 7월 8일. ··· 반등과 저점을 같이 보여주는 자료라, 기준선 문제를 이해하기에 가장 좋아요.
- 중앙일보, “IT 신입 공고 73% 급감, AI 시대 컴공과 컴송해졌다”, 2026년 6월 11일. ··· 원티드랩의 공고 72,793건 분석과 컴공 취업률 자료가 함께 실려 있어요.
- Coursera, “Coursera Makes $100 Million Strategic Investment in LearnVector”, 2026년 7월 28일. ··· 투자 규모와 지분 구조가 나오는 원문이에요.
- AI타임스, “원티드랩, 채용 트렌드 리포트 공개”, 2025년 12월 8일. ··· 인사 담당자 153명 조사예요. 표본이 작으니 방향만 참고하시는 게 좋아요.
배경 지식
- FRED, “Software Development Job Postings on Indeed in the United States”. ··· 지수를 직접 그려볼 수 있어요. 기준선을 바꿔가며 보면 이번 호의 논점이 손에 잡혀요.
- Class Central, “Coursera Bets $100 Million That Andrew Ng Can Do What Coursera Can’t”, 2026년 7월 29일. ··· 같은 투자를 회의적으로 본 시각이에요. 제품이 없는 회사의 기업가치를 짚어요.
함께 읽으면 좋은 지난 호
- 취준생에게 공포를 파는 사람들 ··· 공포가 상품이 되는 유통 구조를 다뤘어요. 이번 호는 반대편 화자를 같은 잣대로 봤고요.
- 페라리 디자이너는 아직 연필로 시작해요 ··· 신입이 일을 배우던 사다리 이야기예요. 이번 호의 ‘입장권’과 붙여 읽으면 그림이 완성돼요.
- 10분이면 무너지는 생각 근육 ··· 응이 말한 ‘학습에는 최악’의 근거가 되는 연구들을 정리한 호예요.
📝 용어 설명
각주
-
Job Postings Index: Indeed가 2020년 2월 1일의 공고 수를 100으로 놓고 이후 변화를 나타낸 지수예요. 절대 개수가 아니라 그날 대비 비율이라, 기준일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같은 곡선이 다르게 읽혀요. ↩
-
규제 포획 (regulatory capture): 규제를 만드는 쪽이 규제를 받는 쪽의 이해에 맞춰 움직이게 되는 현상이에요. 안전을 명분으로 만든 규칙이 결과적으로 기존 사업자의 자리를 지켜주는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
-
오픈 웨이트 (open weights): 모델의 가중치 파일을 공개해 누구나 내려받아 돌릴 수 있게 한 방식이에요. 학습 데이터와 코드까지 여는 오픈소스와는 범위가 달라요. ↩
-
완전희석 기준 (fully diluted): 스톡옵션처럼 아직 주식으로 바뀌지 않은 권리까지 전부 주식이 됐다고 가정하고 지분율을 계산하는 방식이에요. 실제 발행 주식만 세는 것보다 보수적인 숫자가 나와요. ↩

여러분의 생각이 다음 호를 만듭니다
이번 호에서 가장 공감했거나, 다른 경험을 한 지점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