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교실을 막았고, 한국의 화면은 식탁에 있어요
교실의 사용 제한만으로 식탁 위 화면까지 바꿀 수 있을까요
비즈니스식당 테이블 위, 부모가 산 건 30분이었어요
주말 저녁 식당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이 있어요. 5살쯤 되는 아이 앞에 스마트폰이 세워져 있고, 부모는 그제야 젓가락을 들어요. 그 폰은 아이가 조른 것도 아니고 부모가 무심해서 준 것도 아니에요. 어른이 30분의 조용함을 사려고 지불한 도구예요.
2026년 9월 2일, 뉴욕시가 공립학교 학생 약 60만 명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사용을 1년간 중단한다고 발표했어요. 미국에서 가장 큰 교육청의 결정이라 국내에도 빠르게 소개됐고, 한국도 비슷한 규제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곧바로 따라붙었어요.
그런데 그 법을 그대로 옮겨오면 규제는 교실에 걸리고, 아이의 화면은 식탁에 그대로 남아요. 한국에서 아이 손의 화면은 학습 도구였던 적이 별로 없거든요. 그건 처음부터 돌봄 도구였어요.
뉴욕이 그은 선은 ‘교실’이었어요
먼저 뉴욕이 무엇을 금지했는지부터 정확히 볼게요. 보도에서 뭉뚱그려진 부분이 꽤 있어요.
조치는 크게 4갈래예요. 첫째, 2-K1부터 8학년까지 학생이 직접 쓰는 생성형 AI를 2026~2027학년도 1년간 중단해요. 대상은 약 60만 명, 전체 재학생의 3분의 2예요. 둘째, 동반자 챗봇2은 학년 구분 없이 전 학년에서 금지해요. 셋째, 고등학생 일부에게만 검증된 도구 다섯 개를 파일럿으로 열어주는데, 최대 5만 명 규모이고 학교당 5개 학급까지, 도구당 주 10분에서 20분까지예요. 넷째, 교사도 수업 준비나 번역 같은 운영 업무에는 AI를 쓸 수 있지만 채점과 상담에는 쓸 수 없어요.
허용된 5개 도구를 보면 뉴욕이 무엇을 남기려 했는지가 드러나요. Quill은 영어 수업에서 정독과 텍스트 분석,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 찾기를 돕고, Edia는 수학 수업을 보조해요. Brisk Teaching은 교사가 직접 만든 활동에 과목 구분 없이 쓸 수 있어요. Playlab은 학생이 AI의 출력물에서 편향과 논리를 직접 뜯어보게 하는 도구이고, Intel AI-Ready Schools는 학생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찾아 한 학기 동안 해법을 만들어보는 프로젝트형이에요.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5개 중 어느 것도 학생 대신 답을 만들어주는 물건이 아니에요. 읽기를 돕거나, 교사가 설계한 활동을 실어 나르거나, AI 자체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 도구들이에요. 뉴욕시가 밝힌 선정 기준도 같은 방향이었어요. 안전성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교사가 주도하는 수업 구조, 그리고 학생이 사고의 주체로 남는지였어요. 학습 효과를 얼마나 올려주는지는 기준에 없었어요.
여기에 화면 사용 시간 제한이 붙었어요. 2학년 이하는 1인 1기기 사용을 아예 막고, 3학년에서 5학년은 하루 30분, 6학년에서 8학년은 45분이에요. 뉴욕시는 이미 2025년 가을부터 학교 일과 중 개인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었으니, 그 위에 한 겹을 더 얹은 셈이에요. 장애가 있거나 영어를 배우는 중인 학생, 코딩 수업에는 예외를 두었고요.
숫자 하나가 눈에 띄어요. 전 학년에게 제공되는 공식 AI 교육은 45분짜리 비판적 사고 모듈 연 2회, 그러니까 1년에 90분이에요. 60만 명의 아이가 학교에서 AI에 대해 배우는 시간의 총량이 그 정도라는 뜻이에요.
조치 자체는 꽤 정교해요. 다섯 개 도구를 고른 기준도 안전성, 데이터 프라이버시, 교사 주도 수업, 학생이 사고의 주체로 남는가였어요. 하지만 이 모든 선은 한 장소 안에서만 그어져 있어요. 학교, 수업 시간, 교사가 보고 있는 자리요. 아이가 집에서 무엇을 쓰는지에 대해 뉴욕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어요.
한국에서 그 선을 그으면, 빈 방에 자물쇠를 다는 일이에요
한국에 같은 법을 만든다고 가정해볼게요. 첫 번째 문제는 규제할 대상이 이미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거예요.
한국은 2023년 6월에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발표하고 3년간 1조 4,093억 원을 썼어요. 교실 무선망 구축에 963억 원, 교사 연수에만 1,170억 원이 들어갔고 1인당 약 66만 원이 집행됐어요. 2025년 3월 초등 3~4학년과 중1, 고1의 영어, 수학, 정보 과목에 처음 들어갔고요.
결과는 아시는 대로예요. 교육부가 자율 도입으로 물러서면서 채택률은 33% 수준에 그쳤고,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실제 학생 활용률은 8.1%였어요. 사용 학교는 2025년 1학기 4,095곳에서 2학기 1,686곳으로 58.8% 줄었어요. 2025년 8월 4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법적 지위가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내려갔고, 2026년 현재는 학교가 알아서 선택하는 ‘AI 교육자료’로 남았죠.
원래 계획은 훨씬 컸어요. 2026년에 초등 5~6학년과 중2, 2027년에 중3, 2028년에는 고등학교 공통 과목까지 단계적으로 넓히는 일정이었어요. 음악과 미술, 체육, 도덕을 뺀 대부분의 교과에 들어가는 그림이었고요. 지금은 그 일정만 종이 위에 남아 있어요. 2026년 3월에 대상 학년을 넓히긴 했는데, 지위가 교육자료로 내려간 뒤라 현장에서는 확대의 의미가 거의 없어졌어요. 검정 절차도 중단됐고, 개발비를 이미 집행한 발행사들은 회사당 수백억 원 규모의 손실을 호소하는 중이고요.
뉴욕은 학교에서 AI를 빼내는 데 1년을 걸었지만, 한국의 학교는 이미 스스로 그 일을 끝냈어요. 방식만 달랐어요. 뉴욕은 정책으로 껐고, 한국은 현장이 안 쓰는 방식으로 껐어요. 그리고 두 나라 모두 결정의 순간에 근거가 된 건 학습 효과 연구가 아니라 예산과 계약, 그러니까 조달이었어요. 한국은 조달로 들여왔다가 조달로 접었고, 뉴욕은 조달로 멈춰 세운 뒤에야 연구하겠다고 말해요.
그러면 아이들의 화면 노출은 어디서 자라고 있었을까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6년 3월에 발표한 2025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이용자의 과의존 위험군3 비율은 22.7%로 5년 연속 낮아졌어요. 그런데 연령대별로 보면 방향이 갈려요. 만 10세에서 19세 청소년은 43%, 만 3세에서 9세 유아동은 26%예요. 유아동 4명 중 1명 꼴이에요.
이 숫자는 교실에서 자란 게 아니에요. 학교는 AI 교과서를 안 쓰고 휴대폰도 걷고 있었는데 유아동 위험군은 계속 올라갔어요. 2016년 조사에서 17.9%였던 만 3세에서 9세 위험군이 10년 사이 26%가 됐어요. 학교 정책과 거의 무관하게 움직인 곡선이에요.
한 가지 더 짚을 게 있어요. 한국이 이 영역에서 아무 결정도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AI만 안 했을 뿐이에요.
- 2026년 3월부터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시행 중이고, 필요하면 교내 소지까지 제한할 수 있어요.
-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업무보고에 만 14세 미만 SNS 가입 제한과, 14세 이상 19세 미만 대상 추천 알고리즘 규제를 올렸어요.
- 2026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16세 미만 SNS 가입 시 보호자 동의 의무화가 중앙 공약으로 나왔고, 교육감 후보들도 같은 방향을 말했어요.
- 교육부는 2026년 2학기부터 선도학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없는 학교’를 운영해요.
정리해보면 순서가 보여요. 한국은 스마트폰과 SNS를 먼저 규제하고, AI를 나중에 규제할 나라예요. 그 시차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가 이 글의 진짜 질문이에요.
그 화면은 교육도 오락도 아니고 돌봄이에요
식당의 그 폰으로 돌아가볼게요.
규제 논의는 거의 항상 중독 모델을 전제해요. 아이가 자극을 원하고, 플랫폼이 그 욕구를 설계로 증폭하고,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멈추지 못한다는 그림이요. 무한 스크롤과 자동재생을 겨냥한 EU의 접근이 정확히 이 모델 위에 서 있어요. 실제로 그 모델이 잘 맞는 영역도 있고요.
하지만 다섯 살 아이 앞에 놓인 폰은 이 그림에 잘 안 맞아요. 그 순간의 의사결정자는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에요. 어른이 판단해서 건네고, 어른의 필요가 끝나면 회수해요. 중독 모델은 ‘아이가 원해서 쓴다’를 전제하는데, 여기서는 ‘어른이 필요해서 준다’가 먼저예요.
왜 필요할까요. 시간표를 보면 답이 나와요. 초등학교 1학년의 하교 시간은 오후 1시 무렵이고, 부모의 퇴근 시간은 훨씬 뒤예요. 늘봄학교가 이 공백을 메우려고 만들어진 제도이고, 도입 전 초등 방과후 이용률은 50.3%, 돌봄교실 이용률은 11.5%였어요. 국가가 이 격차를 메우는 데 수천억 원과 수만 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공백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줘요.
식당의 30분도 같은 종류의 공백이에요. 규모가 작을 뿐이지 성격은 같아요. 어른의 손이 부족한 시간을 화면이 메우는 거예요. 이 관점에서 화면은 아이가 소비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부모가 외주 준 돌봄 노동이에요.
왜 하필 화면일까요. 대안이 없어서예요. 색칠공부 책은 5분이면 끝나고, 장난감은 소리가 나고, 조부모나 돌봄 인력은 부르려면 돈과 약속이 필요해요. 화면은 즉시 작동하고, 추가 비용이 없고, 아이가 자리를 뜨지 않게 붙잡아주고, 무엇보다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아요.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소란스러우면 부모가 시선을 받는 사회일수록 이 선택은 합리적이 돼요. 부모가 사는 건 아이의 즐거움이 아니라 주변의 눈치로부터의 면제권에 가까워요.
그래서 이 행동은 교육 문제로 다루면 잘 안 풀려요. 부모에게 화면의 해악을 알려주는 캠페인은 이미 충분히 많이 했어요. 유아동 과의존 위험군이 10년 동안 계속 올라간 건 부모가 몰라서가 아니에요. 알면서도 그 순간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예요. 정보가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자원이 부족한 문제예요.
이 차이가 왜 중요하냐면, 금지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중독을 금지하면 아이가 못 하게 되는 일이 하나 줄어요. 하지만 돌봄 대체재를 금지하면 어른이 해야 하는 일이 하나 늘어요. 앞의 금지는 비용이 아이에게 가고, 뒤의 금지는 비용이 부모에게 가요.
AI는 유튜브보다 이 일을 훨씬 잘해요
여기서부터가 이번 사안의 핵심이에요.
지금까지 그 자리를 채운 건 대체로 유튜브였어요. 그런데 영상에는 한계가 있어요. 일방향이라서요. 아이가 지겨워하는 순간이 오고, 원하는 걸 못 찾으면 부모를 부르고, 다 보고 나면 다시 부모를 봐요. 화면이 사주는 조용함에는 유통기한이 있었어요.
대화형 AI는 그 한계를 넘어요. 아이가 말을 걸면 답을 해요. 같은 질문을 열 번 해도 톤이 변하지 않아요. 짜증 내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다른 일을 하지도 않아요. 아이가 만든 규칙에 맞춰 역할을 계속 이어가요. 지친 어른이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조건을, 기계는 원가 없이 제공해요.
아이 쪽에서 봐도 성질이 달라요. 영상은 아이가 구경하는 대상이지만, 대화형 AI는 아이에게 반응하는 상대예요. 이름을 붙일 수 있고, 어제 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고, 아이가 정한 규칙을 따라줘요. 어린아이가 인형과 대화하는 것과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어요. 인형은 아이가 대사를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AI는 만들어주지 않아도 대사가 나와요. 상상하는 쪽의 노동이 통째로 사라지죠.
부모 입장에서는 이게 오히려 안심되는 지점이기도 해요. 유튜브 알고리즘이 무엇을 보여줄지 모르는 상태보다, 아이가 말을 걸면 대답하는 상대가 더 통제 가능해 보이거든요. 자극적인 영상도 없고 광고도 적어요. 그래서 이 전환은 죄책감을 덜 느끼면서 일어나요. 화면을 줄이자는 규범과 충돌하지 않는 방식으로 화면의 성능이 올라가는 거예요.
이 조합이 왜 위험한지는 뉴욕의 결정을 다시 보면 알 수 있어요. 뉴욕은 나이로 선을 그은 조치(2-K에서 8학년까지 1년 유예)와 나이와 무관한 조치(동반자 챗봇 전 학년 금지)를 같은 날 발표했어요. 언론은 전자를 헤드라인으로 뽑았지만, 근거가 더 단단한 쪽은 후자예요. 문제의 핵심이 연령대가 아니라 관계를 흉내 내도록 설계된 제품군이라는 판단이거든요.
지난 10대들은 인공지능과 무슨 대화를 할까? 호에서 다룬 미국 조사에서 10대의 64%가 이미 챗봇을 쓰고 있었고, 그중 16%는 일상 대화 상대로, 12%는 정서적 지지를 얻으려고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자녀가 챗봇을 쓴다는 사실을 아는 부모는 51%뿐이었어요. 실제 사용률과 13%포인트 차이가 났어요. 학교 밖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을 어른의 절반이 모르고 있다는 뜻이에요.
접근 차단으로 이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요. 청소년 SNS 금지를 시켜보았다 호에서 확인한 호주의 결과가 참고가 돼요. 호주 정부는 16세 미만 계정 약 470만 개를 지웠다고 발표했지만, 비슷한 시기 부모 조사에서는 아이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응답이 69.1%였어요. 계정을 지운 숫자와 접속하는 아이의 숫자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 호에서 가장 불편했던 발견을 다시 옮겨둘게요. 소셜미디어를 끊으면 정신건강이 나아지는지 검증한 무작위 대조 실험 40편 가운데, 평균 연령이 18세 미만인 연구는 한 편도 없었어요. 정책이 대상으로 삼은 나이대에서는 검증된 적이 없는 개입이었어요. AI에 대해서는 그보다 더 근거가 얇아요.
이 주장이 어디까지 맞을까요
여기서 제 논지가 어디까지 맞는지 스스로 짚어볼게요. 돌봄 대체재라는 설명은 모든 연령에 통하지 않아요.
미취학 아동과 초등 저학년까지는 잘 맞아요. 화면을 건네는 주체가 어른이고, 회수하는 주체도 어른이니까요. 하지만 초등 고학년을 넘어가면 상황이 뒤집혀요. 아이가 자기 기기를 갖고, 자기 계정을 만들고, 부모가 모르는 시간에 써요. 청소년 과의존 위험군이 43%까지 올라간 건 부모가 건네줘서가 아니에요. 이 구간에서는 중독 모델이 훨씬 잘 맞고, 설계 규제도 이 구간을 겨냥할 때 가장 효과적이에요.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이래요. 뉴욕이 규제한 2-K에서 8학년까지의 구간 안에 성격이 다른 두 집단이 섞여 있어요. 앞쪽 절반에서는 어른이 결정하고, 뒤쪽 절반에서는 아이가 결정해요. 하나의 연령 구간에 하나의 금지를 거는 방식은 이 차이를 다룰 수 없어요.
반대 근거도 하나 놓아둘게요. 학교에서의 사용이 무료이고 감독받는다는 제 전제가 항상 성립하는 건 아니에요. AI 디지털교과서가 수집한 학생 학습 이력의 처리 방식을 두고 계속 문제 제기가 있었어요. 483만 명의 학습 기록이 국가 데이터베이스와 민간 에듀테크 기업 양쪽에 쌓이는 구조였고, 이에 대한 별도의 아동 데이터 보호 체계는 아직 정비되지 않았어요. 미국이 아동 온라인 사생활 보호 규정을 손보고 유럽이 교육 분야 AI를 고위험으로 분류하는 동안 한국에는 그에 대응하는 장치가 얇아요. 그러니 학교의 사용이 자동으로 안전한 사용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감독의 종류가 다를 뿐이에요.
그럼에도 제 결론은 유지돼요. 학교에서의 사용에는 최소한 감독의 주체가 지정돼 있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물을 곳이 있어요. 가정과 사교육 시장에서의 사용에는 그것조차 없어요.
금지의 청구서는 누구에게 갈까요
이제 한국에서 학교 AI 금지가 실제로 시행됐다고 해볼게요. 3가지가 순서대로 일어나요.
첫 번째로, 규제되는 총량이 거의 없어요. 학교에서의 학생 대상 AI 사용은 이미 8.1%였으니까요. 정책은 발표되지만 아이의 하루에서 실제로 사라지는 시간은 크지 않아요.
두 번째로, 가정의 사용은 그대로 남아요. 유아동 과의존 위험군 26%를 만든 시간대는 학교가 아니라 저녁과 주말이에요. 학교를 규제해도 이 시간대는 손대지 못해요.
세 번째가 한국 고유의 문제예요. 공교육이 끄면 사교육이 켜요.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보면 총액은 27조 5,000억 원으로 5년 만에 줄었어요. 학생 수가 502만 명으로 2.3% 감소한 영향이 커요. 그런데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기준 1인당 월평균 지출은 60만 4,000원으로 2.0% 늘어 처음 60만 원대에 올라섰어요. 월 100만 원 이상을 쓰는 학생 비중도 11.6%로 커졌고요. 소득별로 보면 월 800만 원 이상 가구는 66만 2,000원, 300만 원 미만 가구는 19만 2,000원으로 3.4배 차이가 나요. 참여율은 75.7%로 낮아졌는데 참여자의 지출은 늘었어요. 지출이 양극단으로 갈라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이 시장에 AI 학습 도구가 들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학원과 학습지는 학교가 아니에요. 학교를 겨냥한 규제의 사정거리 밖에 있어요.
그러니 결과를 예상해보면 이래요. 금지 이후 아이들의 AI 사용량은 크게 줄지 않아요. 대신 사용의 성격이 바뀌어요. 무료였고 감독받았고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주어지던 사용이 사라지고, 유료이고 감독이 느슨하고 지불 능력에 따라 갈리는 사용이 남아요.
돌봄 쪽에서는 더 직접적이에요. 식당의 30분을 화면으로 사던 부모는 그 30분을 몸으로 내거나 사람으로 사야 해요.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집은 사람으로 사고, 그럴 수 없는 집은 어떻게든 화면을 계속 써요. 규제가 만드는 건 사용의 감소가 아니라 사용의 계층화예요.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게 있어요. 계층화는 사용량의 격차만 뜻하지 않아요. 감독의 격차이기도 해요. 월 66만 원을 쓰는 집의 아이는 교사가 붙은 환경에서 검증된 도구를 쓰고, 월 19만 원을 쓰는 집의 아이는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혼자 무료 앱을 써요. 같은 기술을 쓰는데 옆에 어른이 있느냐 없느냐가 갈려요. 호주의 SNS 금지가 남긴 문제도 결국 이 모양이었어요. 규칙을 잘 지킨 집의 아이만 접근이 줄었고, 그렇지 않은 집의 아이는 그대로였어요.
학교가 가진 유일한 장점이 여기 있어요. 학교는 잘하는 곳이 아니라 모든 아이에게 같은 조건을 주는 곳이에요. AI 디지털교과서가 실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적어도 그건 483만 명 전원에게 동일하게 주어질 수 있는 물건이었어요. 그 통로를 닫으면 남는 건 각 가정의 지불 능력과 정보 수준이에요.
정책 설계 관점에서 보면 이건 익숙한 실패 유형이에요. 대체재를 준비하지 않은 금지는 금지가 아니라 비용 이전이에요. 그리고 그 비용은 언제나 가장 여유가 없는 쪽에 먼저 떨어져요. 규제를 설계할 때 “이 조치로 누가 무엇을 못 하게 되는가”만 보면 절반만 본 거예요. “이 조치로 누가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를 같이 봐야 해요.
오스왈드의 시선
여기서 한국이 다른 나라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을 하나 짚고 싶어요.
호주가 16세 미만 SNS 금지에서 부딪힌 벽은 연령 확인이었어요. 아이가 나이를 속이면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았고, 그래서 470만 계정을 지우고도 이용률은 거의 그대로였어요. 유럽이 연령 차단 대신 설계 규제로 방향을 튼 데에도 이 한계가 작용했어요. 틱톡의 무한 스크롤을 EU가 불법이라 부른 사건이 그 전환점이었고요.
한국은 그 벽이 낮아요. 휴대폰 본인확인4이 사실상 모든 서비스 가입의 기본값인 나라예요. 실명과 생년월일이 통신사 인증을 통해 확인되고, 그 인프라가 20년 가까이 작동해왔어요. 다시 말해 한국은 이 법을 진짜로 집행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예요.
보통 집행력은 좋은 것으로 여겨져요. 저는 이 사안에서는 반대로 봐요. 집행이 안 되는 나라에서 잘못 그은 선은 선언으로 끝나요. 하지만 집행이 되는 나라에서 잘못 그은 선은 실제로 그어져요. 되돌리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요. 한국은 AI 디지털교과서에서 이미 한 차례 경험했어요. 1조 4,093억 원을 쓰고 활용률 8.1%에서 멈춘 뒤 법을 고쳐 지위를 내렸어요. 도입도 조달로 결정됐고 철회도 조달로 결정됐어요. 두 번 다 증거는 결정 뒤에 도착했어요.
그래서 제가 보기에 지금 한국이 먼저 정해야 하는 건 ‘금지할 것인가’가 아니에요.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가예요.
나이에 긋는 선은 집행은 쉽지만 효과가 약해요. 대상이 되는 아이들에게서 검증된 적이 없고, 학교 밖에는 힘이 미치지 않고, 사교육이라는 우회로가 이미 열려 있어요. 반면 설계에 긋는 선은 다르게 작동해요. 관계를 흉내 내도록 만들어진 제품, 아이가 멈추려 할 때 붙잡도록 설계된 기능, 정서적 의존을 유도하는 페르소나. 이런 것들은 연령과 무관하게 규제할 수 있고, 우회로도 좁아요. 뉴욕이 조용히 전 학년에 걸어둔 동반자 챗봇 금지가 정확히 이 종류예요. 정작 주목받은 건 다른 쪽이었지만요.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돌봄 대체재를 금지하려면 대체재를 함께 내놓아야 해요. 화면을 걷어내는 조항 하나와, 그 시간을 누가 메울 것인지에 대한 예산 하나는 같은 문서 안에 있어야 해요. 그게 없는 금지는 어른의 시간을 청구하는 고지서이고, 그 고지서는 청구할 곳을 스스로 고르지 못해요.
이건 이상론이 아니에요. 한국은 이미 그 계산을 한 번 해봤어요. 늘봄학교가 정확히 초등 저학년의 돌봄 공백을 국가 예산으로 메우려던 시도였고, 학교당 행정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강사 1만 명 이상을 확보하는 일이었어요. 화면 하나가 무료로 하던 일을 사람으로 대신하려니 그 정도가 들었던 거예요. 그러니 앞으로 나올 규제안을 볼 때 저는 이 질문 하나만 먼저 보려고 해요. 금지 조항 옆에 대체 자원에 대한 조항이 붙어 있나요. 붙어 있지 않다면, 그 법이 실제로 하는 일은 아이의 화면을 줄이는 게 아니라 부모의 시간을 걷어가는 일이에요.
마지막으로 짚고 싶은 게 있어요. 지금 논의의 속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점이에요. 스마트폰과 SNS 규제는 이미 법안과 공약과 시행령의 단계에 들어가 있는데, 정작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돌봄 대체재가 될 대화형 AI는 아직 논의 대상에 오르지도 않았어요. 규제가 늦게 도착하는 영역에는 시장이 먼저 도착해요. 그 사이에 자리를 잡은 제품은 나중에 규제하기가 훨씬 어려워요. 이미 수백만 가정의 저녁 시간을 떠받치고 있을 테니까요.
마치며
이번 사안을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3가지로 남겨둘게요.
부모라면, 학교의 결정이 아이의 AI 사용량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보시면 좋겠어요. 바뀌는 건 사용의 양이 아니라 감독의 위치예요. 학교가 물러난 자리를 채우는 건 결국 집이에요. 지금 중요한 건 금지 여부보다, 아이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절반의 부모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 쪽이에요.
정책을 설계하는 자리라면, 연령 기준과 설계 기준을 분리해서 논의하시면 좋겠어요. 2가지를 한 문장에 묶으면 근거가 약한 쪽이 근거가 강한 쪽의 정당성을 빌려 쓰게 돼요. 뉴욕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교육 서비스를 만드는 쪽이라면, 뉴욕이 도구 5개를 고른 기준을 눈여겨보시면 좋겠어요. 안전성, 데이터 프라이버시, 교사 주도, 학생이 사고의 주체로 남는 설계. 학습 효과를 증명하는 문장이 아니라 이 4가지가 앞으로의 조달 심사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은 이거예요. 식당의 그 30분을, 우리는 무엇으로 대신할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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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뉴욕시장실, “Mayor Mamdani and Chancellor Samuels Put Students First with Nation’s Broadest Generative AI Moratorium in Schools”, 2026년 9월 2일. ··· 조치의 원문이에요. 보도에서 뭉개진 학년 구분과 파일럿 조건이 여기 그대로 있어요.
- GovTech, “NYC Schools Hits Pause on AI, Draws Clear Line on Student Use”, 2026년 9월 2일. ··· 파일럿 규모와 도구 선정 기준을 가장 구체적으로 정리했어요.
- 경향신문, “급히 도입해 탈난 AI 교과서 결국 ‘교육자료’ 지위격하”, 2025년 8월 4일. ··· 채택률 33%와 실제 접속률 10% 미만이라는 국회 지적이 함께 담겨 있어요.
- 농민신문, “끝없는 스크롤의 늪…청소년 10명 중 4명 ‘스마트폰 과의존’”, 2026년 3월 26일. ··· 2025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의 연령대별 수치를 정리한 기사예요.
- 한국교육신문,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2026년 3월. ··· 총액은 줄고 참여자 지출은 늘어난 양극화 구조가 숫자로 드러나요.
배경 지식
-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연도별 보고서. ··· 연령대별 시계열을 직접 확인하고 싶을 때 원자료로 쓰기 좋아요.
- 뉴시스, “16세 미만 인스타 금지?…지선 흔드는 ‘청소년 SNS 브레이크’”, 2026년 5월 29일. ··· 한국의 규제 논의가 호주식 연령 차단과 EU식 설계 규제 사이에서 어디쯤 있는지 보여줘요.
관련 지난 호
- 청소년 SNS 금지를 시켜보았다. 효과가 있었을까? ··· 호주 금지령의 두 가지 숫자와, 18세 미만 대상 검증이 없다는 문제를 다뤘어요.
- 10대들은 인공지능과 무슨 대화를 할까? ··· 어른의 공포와 10대의 실제 사용 사이의 간극을 정리했어요.
- 틱톡의 무한 스크롤, EU가 ‘불법’이라 부른 진짜 이유 ··· 연령이 아니라 설계를 규제한다는 접근이 어디서 나왔는지 다뤘어요.
📝 용어 설명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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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 뉴욕시가 만 3세 아동에게 제공하는 무상 공교육 프로그램이에요. 한국의 만 3세 유아 과정에 해당해요. 국내 보도에서는 흔히 pre-K로 옮겨졌지만 원문 기준은 2-K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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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 챗봇(companion chatbot): 정보 제공이나 과제 수행이 아니라 대화 상대, 친구, 정서적 지지자 역할을 하도록 설계된 챗봇이에요. 캐릭터 페르소나와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핵심 기능으로 삼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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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척도에서 현저성 증가, 이용 조절 실패, 문제적 결과 세 가지를 모두 보이면 고위험군, 그중 일부를 보이면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해요. 위험군은 이 둘을 합친 값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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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본인확인: 통신사가 보유한 실명과 생년월일 정보를 이용해 온라인 서비스 가입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방식이에요. 한국에서는 다수의 서비스에서 사실상 기본 인증 수단으로 쓰이고 있어요. ↩

여러분의 생각이 다음 호를 만듭니다
이번 호에서 가장 공감했거나, 다른 경험을 한 지점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