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콘텐츠가 이기고 있어요
추천 피드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관심을 만들고, 뉴스레터·검색에서는 충분히 설명하고, 상품 페이지에서는 구매를 도와야 해요. 이 세 일을 숏폼 하나에 모두 맡기면 전달하기 어려워져요.
비즈니스발견·이해·전환을 한 콘텐츠에 몰아넣지 마세요
15초 영상에서 브랜드를 소개하고, 제품 원리를 설명하고, 신뢰를 얻고, 구매까지 요청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넣어야 할 말은 많은데 보는 사람은 이 브랜드를 처음 만났을 수 있어요. 배경을 설명하느라 정작 관심을 가질 만한 장면은 늦게 나오고, 구매를 권할 때는 왜 사야 하는지 충분히 전달하지 못해요.
콘텐츠를 만들기 전에, 이 콘텐츠가 누구를 어디서 만나고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해야 해요. 저는 추천 피드에서는 발견을, 뉴스레터·검색·커뮤니티·홈페이지에서는 이해를, 상품 페이지·상담·세일즈에서는 전환을 맡기는 편이 맞다고 봐요.
| 만나는 경로 | 우선 맡길 역할 | 담을 내용 |
|---|---|---|
| 쇼츠·릴스·틱톡의 추천 피드 | 발견: 처음 보는 사람이 관심을 갖게 하기 | 맥락 없이도 이해되는 한 장면, 한 주장, 한 질문 |
| 뉴스레터·검색으로 읽는 글·커뮤니티·홈페이지 | 이해: 더 알고 싶은 사람이 판단하도록 돕기 | 배경, 근거, 비교, 질문에 대한 답 |
| 상품 페이지·상담·세일즈 | 전환: 구매를 검토하는 사람이 결정하도록 돕기 | 구매 이유, 가격, 이용 조건, 행동 요청 |
이렇게 역할을 나누면 짧은 콘텐츠에서 뺀 설명을 어디에 둘지도 정할 수 있어요. 피드에서 관심을 가진 사람이 더 읽을 글이 있고, 그 글을 읽은 뒤 구매를 검토할 사람에게 필요한 정보가 이어져야 해요.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은 아니에요.
추천 피드에서는 나를 모르는 사람부터 생각해요
쇼츠·릴스·틱톡의 추천 피드는 팔로워에게만 콘텐츠를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에요.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관심과 반응을 바탕으로 영상을 골라 보여주기 때문에, 내 계정이나 지난 콘텐츠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도달할 수 있어요.
틱톡의 공식 설명은 끝까지 보거나 건너뛰는 행동, 좋아요와 공유 등을 추천에 쓰는 신호로 소개해요. 유튜브도 쇼츠를 추천할 때 시청자가 보기를 선택하는지, 얼마나 보는지 등을 살핀다고 설명해요.
제작자는 이 조건에 맞춰야 해요. 지난 영상에서 설명한 개념을 알고 있다고 가정하거나, 우리 회사 소개를 먼저 길게 붙이면 처음 보는 사람이 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워져요. 여러 조건을 차례로 알아야 이해되는 주장이라면 짧은 영상 하나로 전달하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추천 피드에 올릴 때는 혼자서도 뜻이 통하는 한 장면이나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하는 편이 좋아요. 제품의 모든 기능을 소개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쓰는지 하나를 보여주는 식이에요. 보고 나서 이 사람이나 브랜드를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면, 발견을 맡은 콘텐츠는 제 역할을 한 거예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요구부터 쌓지 마세요
브레인 로트는 일부러 황당하게 만든 짧은 영상이나, 그런 콘텐츠를 계속 보며 멍해지는 듯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에요. 이 현상을 다룬 안나 괴츠프리트와 막시 하이트마이어의 연구는 13~26세 24명을 인터뷰했어요. 참가자들은 무언가를 배우거나 생산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을 이런 콘텐츠의 매력으로 설명했어요.
연구진은 생산성이나 의미를 요구하지 않는 콘텐츠를 찾는 동기를 ‘안티 그래티피케이션’이라고 불렀어요. 24명의 경험을 해석한 질적 연구이므로 모든 이용자의 선호나 광고 효과를 측정한 결과는 아니에요. 다만 사람들이 콘텐츠에서 무엇을 부담으로 느끼는지 생각하게 해요.
저는 이 대목을 실무에서 ‘처음부터 대가를 요구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어요. “이걸 보면 성장해요”, “꼭 저장하세요”, “지금 구매하세요”가 연달아 나오면 보는 순간부터 해야 할 일이 생겨요. 쉬려고 피드를 열었는데 또 배우고, 기억하고, 행동해야 하는 셈이에요.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콘텐츠 자체를 보고 지나갈 여유도 필요해요. 한 장면이 재미있거나 한 가지 설명이 도움이 되면 그것으로 끝나도 괜찮아요. 발견을 맡긴 콘텐츠에서는 구매·저장·구독 같은 행동 요청, 즉 CTA를 최소화하자는 거예요. 내용의 가치를 없애거나 뜻 없는 영상만 만들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설명이 필요한 내용은 더 읽을 수 있는 곳에 둬요
추천 피드에서 모든 설명을 끝내려 하면 내용이 지나치게 단순해질 수 있어요. 자세한 배경,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다른 선택지와의 비교는 뉴스레터나 검색으로 찾아 읽는 글, 커뮤니티와 홈페이지에서 이어가는 편이 좋아요.
이 경로의 독자가 모두 나를 아는 사람일 필요는 없어요. 검색으로 처음 들어온 사람도 있어요. 차이는 그 사람이 지금 궁금한 것을 찾아왔거나, 관심이 생겨 더 읽기로 했다는 점이에요. 무엇을 궁금해하는지에 맞춰 설명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어요.
가령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소개한다면, 추천 피드에서는 반복하던 작업 하나가 간단해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요.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는 홈페이지의 글에서 설정 방법, 필요한 권한, 잘 맞는 업무와 맞지 않는 업무를 설명해요. 그다음 상품 페이지에서는 요금과 사용 범위, 도입 절차를 분명히 알려줘요. 한 제품을 다루더라도 각 콘텐츠가 답해야 할 질문이 달라지는 거예요.
구매를 검토하는 사람에게는 행동 요청이 필요해요. 가격과 조건을 확인한 사람이 신청하거나 상담을 예약할 방법을 쉽게 찾게 해야 하니까요. 처음 발견하는 순간과 구매를 결정하는 순간에 같은 요청을 하는 것이 문제예요.
숏폼의 도달을 곧바로 매출과 같게 보지 마세요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서는 숏폼 이용자의 5.7%가 최근 한 달 이내 숏폼을 본 뒤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어요. 숏폼을 보는 일과 구매하는 일 사이에는 별도의 판단 과정이 있다는 점을 떠올리게 하는 수치예요.
이 5.7%는 특정 광고를 본 사람 중 몇 명이 구매했는지를 측정한 광고 전환율은 아니에요. 개별 캠페인의 성공 기준으로 그대로 쓸 수는 없어요. 대신 콘텐츠에 맡긴 역할에 맞춰 성과를 보는 데 참고할 수 있어요.
발견을 맡긴 숏폼이라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도달했는지, 시청을 이어갔는지, 다른 콘텐츠에도 관심을 보였는지부터 봐야 해요. 설명을 맡긴 글에서는 필요한 내용을 읽었는지, 다시 방문하거나 질문을 남겼는지 살펴요. 상품 페이지와 상담에서는 신청과 구매, 그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확인하고요.
숏폼 광고를 집행하면서 당장 구매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발견의 성과까지 실패로 처리하면, 관심이 생긴 이후의 과정을 놓치기 쉬워요. 반대로 조회수만 늘었다고 사업 성과가 생겼다고 볼 수도 없어요. 처음부터 각 콘텐츠의 목적을 정하고, 도달 이후의 읽기·재방문·구매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함께 봐야 해요.
나이로 채널을 정하기보다 만나는 경로를 보세요
“Z세대니까 숏폼, 50대니까 블로그”처럼 연령만으로 콘텐츠 형식을 정하면 실제 이용을 놓칠 수 있어요. 같은 2025년 방송매체 조사에서 한국의 60대 OTT 이용률은 70.8%였어요. OTT에는 긴 영상도 포함되므로 이 수치가 곧 60대의 숏폼 이용률인 것은 아니에요.
숏폼 플랫폼의 이용층이 넓어진 모습은 한국갤럽의 2025년 조사에서도 확인돼요. 틱톡의 연간 이용률은 2021년 10%에서 2025년 35%로 늘었고, 이용자층은 10대 주축에서 50대까지 넓어졌어요.
같은 사람도 피드에서 처음 본 영상과 직접 검색해서 찾아온 글에는 다른 것을 기대해요. 전자에서는 배경지식 없이도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후자에서는 궁금했던 점에 충분한 답을 얻을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콘텐츠의 역할을 정할 때는 나이보다 어디서 어떤 관심을 갖고 만났는지를 먼저 보는 편이 좋아요.
오스왈드의 시선
저는 세대론을 좋아하지 않아요. Z세대, 밀레니얼세대로 묶어서 설명하는 방식이요. 그렇게 나누면 설명은 쉬워지는데 틀리기도 쉬워져요.
이번 글에서도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이용자의 나이보다 콘텐츠를 공급하는 쪽의 선택이에요. 추천 피드에는 발견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곳에는 이해를, 상품과 상담에는 전환을 맡기자는 거예요.
많은 기업이 이 세 가지를 한 콘텐츠에 넣으려 해요. 15초 안에 브랜드를 설명하고, 교육하고, 신뢰를 만들고, 구매까지 시키려는 거죠. 그러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어렵고,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설명이 부족해져요. 구매를 결정할 근거도 충분히 남기기 어려워요.
저라면 콘텐츠를 만들기 전에 이 사람이 처음 우리를 발견하는 중인지, 더 알아보는 중인지, 구매를 검토하는 중인지부터 정하겠어요. 그다음 지금 필요한 내용과 다음에 읽을 내용을 나누겠어요. 피드에서 가볍게 만날 수 있게 하되, 궁금해서 찾아왔을 때는 충분히 설명할 자료를 준비하는 거예요.
마치며
콘텐츠를 만드는 쪽에서는 사람들이 콘텐츠를 접하는 경로에 따라 역할을 나눠야 해요. 추천 피드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한 장면이나 생각을 전달하고, 행동 요청을 줄여요. 설명이 필요한 내용은 뉴스레터·검색·커뮤니티·홈페이지에서 이어가고, 상품 페이지와 상담에서는 구매 이유와 가격, 조건을 분명히 보여줘요.
한 콘텐츠가 발견부터 구매까지 전부 해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으면, 각 경로에서 무엇을 만들고 어떤 성과를 볼지 더 명확해져요. 연령으로 형식을 정하기 전에, 그 사람이 어디서 콘텐츠를 만났는지부터 확인해 보세요.
💬 지금 만들고 있는 콘텐츠에는 발견·이해·전환 중 어떤 역할을 맡기고 있나요? 한 편에 너무 많은 일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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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더 읽기
- Götzfried·Heitmayer, Making sense of nonsense, 2026: 13~26세 24명의 인터뷰를 통해 브레인 로트 이용 동기를 살핀 연구예요. 이 글의 역할 분담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저자의 실무적 해석이에요.
-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2025년 12월 30일: 전국 5,566가구의 13세 이상 8,320명을 방문 면접한 조사예요. 60대 OTT 이용률과 숏폼 시청 후 구매 경험의 출처예요.
- 한국갤럽, 마켓70 2025 (2), 2025년 10월 2일: 전국에서 제주를 제외한 만 13세 이상 5,251명을 조사했어요. 틱톡 이용률과 이용자층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요.
- TikTok, How TikTok recommends content, YouTube, Search & discovery tips - Shorts: 각 플랫폼이 추천에 활용한다고 설명하는 신호를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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