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1호

AI와 고용, 해고뿐 아니라 신규 채용도 봐야 해요

AI 도입과 고용을 논의할 때 기존 근로자의 보호와 새로 일할 사람의 기회를 함께 봐야 해요. 채용 통계와 인공지능기본법이 각각 보여주는 범위를 구분해 살펴봅니다.

비즈니스AI와 고용, 해고뿐 아니라 신규 채용도 봐야 해요

전문가 설문에서 출발한 질문

서울경제가 2026년 9월 6일 보도한 설문에서는 AI 도입 속도를 늦추지 말자는 응답이 82.7%였어요. 해고 등 고위험 인사 결정에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74.0%였고요.

보도에 소개된 조사 대상은 기업의 노무 담당 임원과 교수 등 노동 전문가 102명이에요. 이런 결과를 읽을 때는 응답자의 범위를 함께 봐야 해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체 근로자의 여론과 같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두 응답은 함께 나올 수 있어요. AI를 활용하되, 사람의 일자리에 영향을 주는 판단은 신중히 다루자는 뜻으로 읽을 수 있죠.

저는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더 하고 싶어요.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이미 일하는 사람의 해고와 앞으로 뽑을 사람의 채용계획을 함께 보고 있는 걸까요.

업무에 쓰는 것과 인사 결정에 쓰는 것은 달라요

한국은행의 2025년 가계조사에서는 근로자의 63.5%가 생성형 AI를 활용한다고 답했어요. 업무 용도로 한정한 활용률은 51.8%였어요. 206호에서도 다룬 내용이에요.

이 수치는 개인의 업무에 AI가 널리 들어왔다는 점을 보여줘요. 다만 회사의 승인 없이 사용했는지, 채용이나 평가에도 사용했는지까지 알려주는 수치는 아니에요.

개인이 자료를 요약하는 것과 회사가 지원자를 선별하는 것은 결정의 대상과 책임이 달라요. 직원들이 이미 AI를 쓴다고 해서 조직이 정할 수 있는 도입 조건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요. 사용을 허용할 데이터, 인사 업무의 적용 범위, 검토 책임은 여전히 정해야 해요.

그래서 도입 속도에 대한 논의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어떤 업무에 어떤 권한으로 쓰는지가 남아 있어요.

채용계획이 줄었다는 통계가 보여주는 범위

고용노동부의 2026년 상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4월 1일 기준 부족인원은 46만 7천 명이었어요. 사업체가 정상적인 경영에 필요하다고 답한 인원이에요. 같은 조사에서 2~3분기 채용계획은 46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8% 줄었어요.

이 두 수치를 보면 필요한 인원과 실제로 채용하려는 계획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게 돼요. 다만 한 시점의 부족인원과 향후 두 분기의 채용계획은 서로 다른 지표예요. 전체 합계의 차이를 특정 기업이 의도적으로 비워둔 자리 수로 계산할 수는 없어요.

같은 발표에서 1분기 실제 채용인원은 136만 8천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4.6% 늘었어요. 실제 채용 실적과 이후의 채용계획은 방향이 달랐던 거예요. 따라서 이 자료를 “한국 기업의 채용이 전부 줄었다”는 근거로 쓸 수는 없어요.

미충원 사유 중에는 요구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다는 응답이 25.8%로 가장 높았어요. 경력 요구가 채용의 어려움 중 하나라는 뜻이지, 모든 기업이 신입을 뽑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이 통계만으로 채용계획 감소의 원인을 AI라고 판단할 수도 없어요. 경기와 사업 전망, 인건비, 구직자와 기업의 조건 차이 등도 함께 살펴야 해요.

청년의 채용과 취업 이후를 함께 봐야 해요

AI와 청년고용을 직접 다룬 한국은행의 2026년 8월 연구도 있어요. 국민연금 가입자 자료와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활용한 분석이에요.

연구는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청년고용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해요. 다만 신규 채용 감소와 함께, 기존 청년 근로자가 일자리에서 빠져나가는 현상도 관찰했어요. 고용 변화가 오직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만 일어났다는 설명과는 달라요.

AI 활용 방식에 따른 차이도 있었어요. 업무를 자동화하는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청년고용 감소가 컸고, 사람의 일을 보조하는 방식이 많은 업종에서는 같은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어요.

한국은행은 이를 AI만의 직접적인 효과로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해요. 팬데믹 이후의 과잉채용 조정, 경력직 선호, 기업 내 교육의 변화 등이 함께 작용했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제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청년이 일을 시작하고 경험을 쌓을 기회예요. 현재 인원수뿐 아니라 누가 새로 들어오고, 들어온 사람이 얼마나 일하면서 배우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봐요.

인사 업무의 AI를 어떻게 관리할까요

인공지능기본법 제2조는 고영향 AI의 활용 영역에 채용과 대출 심사 등 개인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단이나 평가를 포함해요. ‘해고’라는 단어가 따로 적혀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해고 관련 AI가 항상 제외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제34조는 해당 AI나 이를 이용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사업자에게 위험관리, 설명 방안, 이용자 보호, 사람의 관리·감독, 관련 문서 작성·보관 등의 조치를 요구해요. 시행령 제27조는 조치 이행의 근거 문서를 5년간 보관하도록 정하고 있고요.

여기서 사람의 관리·감독을 모든 인사 결정에 대한 동일한 형태의 최종 승인 의무로 바꿔 읽어서는 안 돼요. 특정 시스템이 고영향 AI에 해당하는지와 누가 어떤 의무를 지는지는 서비스와 역할에 따라 검토해야 해요. AI를 공급하는 업체와 이를 활용하는 회사의 책임도 구분해야 하고요.

법에 관리 의무가 있다는 사실과 현장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감독하고 있다는 평가는 별개예요. 지원자에게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오류를 발견하면 누가 다시 검토하는지, 공급업체에서 필요한 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해요.

오스왈드의 시선

제가 우려하는 건 눈에 잘 보이는 결정만 논의하는 일이에요. 해고는 당사자에게 통보되고 절차가 진행돼요. 반면 채용계획을 줄이거나 충원을 미루는 결정은 밖에서 알아차리기 어려워요.

locked up

예를 들어, AI로 일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이유로 팀의 충원 요청을 보류할 수 있어요. 이것은 가능한 의사결정의 예예요. 앞의 통계가 그런 결정을 내린 기업의 수를 측정한 것은 아니에요.

그래도 조직이 확인할 필요는 있다고 봐요. 충원을 보류한 이유가 실제 업무 감소인지, 비용 절감인지, 기존 직원이 일을 더 맡게 된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까요. 처음 일을 배우는 자리가 줄었다면 앞으로 필요한 경력자를 어떻게 키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하고요.

인사·법무 담당자라면 채용과 해고에 쓰는 AI의 판단 기준과 검토 절차를 모두 살펴야 해요. 한쪽의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고 다른 쪽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에요.

경영진에게는 충원 보류 결정을 모아서 보자고 제안하고 싶어요. 어느 부서에서 어떤 이유로 계획을 바꿨는지, 남은 직원의 업무와 신규 인력의 교육 기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거예요.

slow

AI와 일자리를 논의할 때 해고 건수만으로는 부족해요. 신규 채용과 기존 근로자의 이탈, 업무와 교육 기회를 함께 봐야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 수 있어요. 저는 아직 들어오지 못한 사람의 기회도 그 논의에 포함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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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 (오스왈드)은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INLEVEL9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경력, 연구, 저서와 최신 활동은 저자 소개에서 계속 갱신합니다. 최근 소식 · 2026년 8월: 2026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