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0호

ASML이 현장 기록을 AI에 활용하면서 생기는 과제

ASML은 고장 진단과 장비 설계에 AI를 활용하고 있어요. 미스트랄 투자와 함께 살펴보면,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저장·학습·접근 조건이 왜 중요한지 보입니다.

비즈니스ASML이 현장 기록을 AI에 활용하면서 생기는 과제

장비를 잘 아는 사람의 판단을 어떻게 공유할까요

ASML은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노광장비를 만들어요. 장비의 성능에는 정밀한 부품과 설계뿐 아니라, 현장에서 장비를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온 경험도 중요해요.

설명서가 있어도 익숙하지 않은 문제가 생기면 경험 많은 엔지니어를 찾게 되죠. 이런 경험 중 말이나 문서로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운 지식을 ‘암묵지’라고 해요. 현장 기록을 많이 모았다고 해서 그 판단 능력까지 모두 확보한 것은 아니에요.

ASML이 AI를 적용하는 과정을 보면서 저는 이 점에 관심이 갔어요. 기록을 활용해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다면, 그 기록을 누가 어디에서 다루게 되는지도 중요해지거든요.

ASML이 공개한 AI 활용 사례

ASML은 2026년 6월 발표문에서 AI를 개별 기능뿐 아니라 여러 업무와 시스템에 통합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프랑스 미스트랄 AI와의 협력이 이 과정에 포함돼요.

EUV

첫 적용 분야는 마스크 도안 보정이에요. 빛으로 회로를 옮길 때 생기는 왜곡을 줄이도록 도안을 조정하는 과정이죠. ASML은 이 계산에 10년 넘게 AI를 써왔고, 2026년 1월에는 고객사와 생성형 AI 기능의 초기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어요.

EUV 광원의 설정을 조정하는 일과 전자빔 검사도 포함돼요. 광원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검사 이미지와 검사 위치를 개선해 장비 성능을 높이려는 작업이에요.

제가 특히 주목한 것은 고장 진단이에요. 오류 로그와 서비스 기록을 분석한 초기 시험에서, 일부 하위 시스템의 오류를 엔지니어와 같은 정확도로 70% 이상 빠르게 식별했다고 발표했어요. 설계 대안도 1만 2,000개 넘게 탐색했다고 해요.

숫자의 범위는 구분해야 해요. 특정 오류를 찾은 결과를 공장 전체의 정지 시간 감소로 읽을 수는 없어요. 설계안을 많이 검토했다는 사실도 채택된 설계의 품질을 곧바로 보여주지는 않고요.

제가 확인하고 싶은 후속 지표는 실제 장비에서 검증된 결과예요. 진단이 맞았더라도 수리와 재가동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선택한 설계가 어떤 성능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봐야 하죠.

ASML 역시 엔지니어가 문제를 정의하고 실제 환경에서 결과를 검증하는 역할을 강조해요. 현장 경험을 AI가 통째로 대체했다는 발표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요.

13억 유로 투자에서 읽을 수 있는 것

ASML은 앞서 2025년 9월 9일 미스트랄과 장기 협력을 발표했어요. 제품, 연구개발, 운영에 AI를 활용하기 위한 계약과 함께 13억 유로를 투자했고, 완전희석 기준 약 11%의 지분을 확보한다고 밝혔어요.

로저 다센 CFO는 미스트랄 전략위원회에서 전략과 기술 결정에 자문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어요. 단순히 API를 구매하는 관계보다 협력에 깊이 참여하는 방식이죠.

저는 이 투자를 볼 때 기술 개발과 함께 데이터 통제의 문제도 생각해요. 다만 ASML이 공개한 투자 목적은 공동 혁신과 제품 성능 개선이에요. 데이터 관할권만을 확보하기 위한 거래였다고 확정할 수는 없어요.

미스트랄은 기업이 자체 서버나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 운영하는 배포 방식을 제공해요. 민감한 현장 자료를 다루는 회사라면 이런 선택지가 중요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미스트랄의 모든 서비스에서 데이터가 무조건 유럽 안에만 머문다는 뜻은 아니에요. 사용하는 제품과 배포 방식, 외부 서비스 연결 조건을 확인해야 해요.

지분을 보유하면 파트너와 장기 계획을 논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지분 11%와 자문 역할이 데이터의 저장 위치나 적용 법률을 마음대로 결정할 권리를 뜻하지는 않아요. 그 부분은 계약과 실제 운영 방식에서 따져야 해요.

ASML의 자이스 투자를 비교할 때도 시점을 바로 볼 필요가 있어요. Carl Zeiss SMT 지분 24.9% 인수는 2016년에 발표되고 2017년에 진행된 거래예요. 오래 협력해 온 관계와 지분을 보유한 기간은 달라요. 두 거래 모두 중요한 파트너와 관계를 강화한 사례지만, 확보한 권리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죠.

현장 기록을 AI에 쓸 때 확인할 것

기록을 AI에 활용하는 것과 그 내용을 전부 모델에 학습시키는 것은 다른 일이에요. 필요한 문서를 찾아 답변에 참고하게 할 수도 있고, 자료를 학습에 사용할 수도 있어요. ASML의 발표만으로 고객사의 모든 공정 지식이 하나의 모델에 들어갔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AI가 활용할 수 있게 정리한 자료는 조직 안에서 공유하기 쉬워질 수 있어요. 경험 많은 직원에게 매번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아도 되고, 과거의 유사한 문제를 찾는 데 도움이 되겠죠.

그만큼 접근 권한도 중요해져요. 누가 어떤 기록을 볼 수 있는지, 다른 고객의 자료가 섞이지 않는지, 답변에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는지 확인해야 해요. 원본 문서와 검색용 저장소, 모델, 사용 기록 중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지는 구성에 따라 달라지고요.

이 변화 때문에 정밀 부품이나 제조 경험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기존에 지켜야 했던 기술 자산에 AI 운영과 데이터 관리라는 과제가 더해진다고 보는 편이 맞아요.

오스왈드의 시선

GTM 전략을 짜면서 반복해서 봐온 일이 있어요. AI 도입을 검토할 때 성능 비교표부터 만드는 경우가 많았어요. 벤치마크 점수와 응답 속도, 가격을 비교하죠.

그런데 제가 경험한 계약 과정에서는 그 표에 없던 조건이 문제가 되곤 했어요.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는지, 학습에 쓰이는지, 분쟁이 생기면 어느 나라 법원에서 다루는지 같은 항목이에요. 성능 검토를 마친 뒤 법무 검토에서 도입이 무산되는 것도 여러 번 봤어요.

그래서 저는 ASML의 협력을 볼 때 어떤 모델을 선택했는지만큼 데이터를 어떤 조건으로 다루기로 했는지가 궁금해요. 투자가 그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는 뜻은 아니에요. 장기적인 기술 협력과 데이터 이용 조건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거예요.

한국 기업에도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고 봐요. ‘소버린 AI’를 어느 나라 모델을 쓰느냐로만 논의하면 실제 계약 조건을 놓칠 수 있어요. 국내외 모델 모두 저장 장소와 운영 주체, 접근 권한, 학습 사용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하거든요.

특히 현장의 기록은 오랜 시간 쌓인 자산이에요. 도입 전에 사용을 허용할 데이터의 범위를 정하고, 계약이 끝났을 때 돌려받거나 삭제할 수 있는 자료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해요. 회사가 바뀌거나 서비스 조건이 달라질 때 어떻게 대응할지도 함께요.

성능 비교표를 만들 때 이 항목들도 처음부터 넣으면 좋겠어요. 제가 현장에서 봤던 도입 실패 중에는 이런 조건을 너무 늦게 논의해서 생긴 일이 있었으니까요.


여러분의 생각이 다음 호를 만듭니다

이번 호에서 가장 공감했거나, 다른 경험을 한 지점은 무엇인가요?

댓글은 무료 회원이면 누구나 남길 수 있어요.

SEND A COFFEE

이 관점이 좋았다면, 다음 글에 커피 한 잔

오스왈드에게 커피와 함께 짧은 쪽지를 보내주세요. 응원은 다음 취재와 집필에 보탭니다.

FOR OSWARLD

커피와 쪽지 보내기

“ASML이 현장 기록을 AI에 활용하면서 생기는 과제”을 읽고 떠오른 말을 남겨주세요. 메뉴 이름만큼의 응원금과 함께 전달됩니다.

참고자료 & 더 읽기

안광섭(오스왈드) 프로필 일러스트

필자 안광섭 (오스왈드)은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INLEVEL9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경력, 연구, 저서와 최신 활동은 저자 소개에서 계속 갱신합니다. 최근 소식 · 2026년 8월: 2026 세종도서 교양부문 우수도서 선정.